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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나는 다락방에서 먼지가 쌓인 앨범을 꺼내 들었다. 페이지를 넘기다 멈춘 곳은 오래된 흑백 사진 한 장이었다. 그곳에는 나의 증조할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평상복을 입고 서 계셨다. 옆에는 어린 아이가 꼭 붙어 있었다.
사진의 가장자리는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뒷면에는 연필로 희미하게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 시절은 우리 나라가 큰 아픔을 겪은 직후였다. 나는 사진을 통해 그때의 공기를 상상해 보았다.
교과서에서는 연도와 사건 이름만을 외웠다. 그러나 이 작은 종이 조각은 역사가 누군가의 하루였음을 알려 주었다.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도 아이를 지키려 했을 마음, 다시 일어서려 했을 의지가 전해지는 듯했다.
역사는 거창한 승리의 기록만이 아니다.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견딤과 선택이 쌓여 이루어진 강물과 같다.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평온함도 그분들 덕분이다.
사진을 다시 앨범에 곱게 넣으며 나는 생각했다. 먼 훗날 누군가 나의 사진을 보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오늘을 성실히 살아가는 일이 곧 역사를 쓰는 일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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