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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로 날아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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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로 날아본 날

운동회에서 넘어지고도 웃으며 다시 달린 능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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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날 아침부터 배가 좀 아팠다. 긴장한 건지 아니면 그냥 배고픈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어달리기 마지막 주자였다. 솔직히 우리 반이 이기든 말든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바통을 잡으니 갑자기 영웅이 된 기분이 들었다.

출발하고 삼 초쯤 지났을까. 발이 공기인지 돌멩이인지에 걸려서 제대로 미끄러졌다. 전교생 앞에서 엉덩이로 착지한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창피해서 그대로 누워 버리고 싶었는데 관중석에서 누가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오기가 생겼다.

일어나자마자 바지에 흙 묻은 것도 잊고 그냥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멈추면 더 쪽팔릴 것 같아서 끝까지 뛰었다. 우리 팀이 몇 등 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근데 내가 넘어진 다음에 더 빠르게 뛰었다는 건 확실히 기억난다.

그날 저녁에 엄마가 무릎 보며 걱정하길래 나는 일부러 능청맞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이건 스포츠 정신입니다. 사실 아직도 엉덩이가 욱신거리긴 하다. 그래도 다시 일어난 내가 조금은 대견하다. 다음 운동회 땐 좀 더 멋지게 넘어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