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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한쪽으로 기울 때마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것이 모험인가. 책을 펼쳐 두고 먹물을 갈던 손이 이제는 축축한 밧줄을 부여잡고 있다.
고향의 산자락은 이미 아득하다. 대신 끝없이 출렁이는 물결이 내 발밑을 감싼다. 표해록에 적힌 선비의 마음이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바다는 두렵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 생각이 깊어진다.
모험이란 요란한 함성이 아니라 이처럼 고요한 독백인지도 모른다. 밤에 별이 떠오르면 나는 중얼거린다. 하늘 아래 인간은 얼마나 작은가. 그러나 그 작음 속에서 비로소 마음의 무게를 느낀다.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어머니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먼 곳의 부름 같기도 하다. 나는 노를 놓지 않는다.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언젠가 뭍에 닿는 날 이 표류의 의미를 제대로 말할 수 있으리라.
지금은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생각한다. 선비의 길은 책상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망망한 바다 위에도 이어진다고. 조용히 출렁이는 물결이 내 안의 물음을 받아 준다. 나는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