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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 너머 마음

인공지능 시대에 효의 온기를 되짚는 짧은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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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밤마다 방 안을 물들이는 파란 불빛 속에서 나는 부모님 얼굴을 그린다. 인공지능이 부드럽게 말을 걸어온다. 오늘 어머니 혈압은 괜찮으신지, 아버지 약 드실 시간은 되었는지. 차가운 기계 소리가 오히려 다정하게 들릴 때가 있다.

옛이야기 속 효자는 눈 덮인 산을 넘어 약을 구했다. 나는 손가락 하나로 영상을 켠다. 화면 속 어머니의 주름이 강물처럼 빛나고, 아버지 목소리가 바람처럼 방을 채운다. 멀리 떨어진 우리 집은 이제 숫자와 전파로 이어진다.

그런데 문득 묻는다. 효가 단지 안부를 확인하는 알림이라면 너무 가벼운 게 아닐까. 김이 오르는 밥상을 함께 나누던 손길, 늦은 밤 문을 열어주시던 눈빛. 그런 온기가 그리워 인공지능에게 옛 노래를 들려달라 청한다. 기계는 완벽히 따라 부르지만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다.

효는 기술이 채워주지 못하는 빈자리에 피어난다. 내가 먼저 전화를 걸고, 서툰 글자로 안부를 적고, 언젠가 고향 마당에 다시 서서 흙냄새를 맡는 일. 인공지능이 길을 비추어주더라도 걸음을 옮기는 것은 결국 나의 마음이다. 액정 너머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효심은 따뜻하게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