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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가 끝났다. 교실 불이 하나씩 꺼지고 친구들 인사 소리가 멀어져 갔다. 나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천천히 교문을 나섰다. 밤공기가 뺨을 스치자 비로소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로등이 켜진 길을 따라 걸었다. 내 그림자가 앞장서서 흔들렸다. 낮에는 수없이 지나다니던 학교 담장과 운동장이 밤이 되니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저 건물 안에서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앉아 있었다. 교과서를 펼치고 문제를 풀고 때로는 창밖으로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기도 했다.
학교는 나를 가두는 곳 같기도 했다. 종이 울리면 일어나야 하고 종이 울리면 앉아야 했다. 그런데도 그 리듬 속에서 나는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반복했다. 등 뒤에서 학교 모습이 점점 작아지는데 마음 한구석은 오히려 그곳을 돌아보고 있었다.
집까지 아직 십 분은 더 걸어야 했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저 교문 안으로 들어가 같은 자리에 앉겠지. 그 생각이 답답하면서도 아직은 익숙해서 괜찮았다. 나는 골목 모퉁이를 돌며 문득 오늘따라 학교가 멀리 있는 섬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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