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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리 너머로 토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빛바랜 갈색 표면에는 세월의 주름이 가득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토기의 배부른 곡선이 마치 천천히 숨을 쉬는 것처럼 보였다. 먼 옛날 누군가의 손끝에서 태어난 그릇. 그 손은 얼마나 따뜻했을까.
토기 안으로 가느다란 빗물이 떨어지고 곡식이 담기던 날이 떠올랐다. 연기 자욱한 집에서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던 저녁, 아이가 그릇을 깨뜨리고 울던 아침이 눈에 선했다.
역사가 갑자기 가까워졌다. 교과서 속 딱딱한 글자가 아니라 촉촉한 흙냄새 나는 이야기로. 토기는 말없이 모든 걸 간직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평범한 하루하루를.
나는 토기에게 고마웠다. 잊혀질 뻔한 시간을 이렇게 조용히 알려 주어서. 역사는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내 앞에 가만히 서 있는 이 작은 그릇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