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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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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메아리

유관순 열사의 하루를 떠올리며 나를 돌아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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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수업이 끝난 뒤 혼자 교정을 걸었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었다. 오늘 역사 시간에 들은 유관순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삼일운동이 일어나던 그날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거리의 사람들 얼굴과 하늘을 가득 채운 외침을 가만히 그려 보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교과서에 적힌 몇 줄의 문장이 문득 숨 쉬기 시작했다.

내 또래의 나이로 그토록 굳센 결심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숙제를 미루고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한다. 그런 나와 견주면 그녀는 너무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두려움보다 큰 무엇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그 용기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평소 마을에서 보고 들은 것들과 부모님의 말씀이 쌓여 그날의 발걸음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평범한 날들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냈다는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오는 차창에 기대앉아 생각했다. 한국사 속의 그날은 단지 낡은 기록이 아니다. 우리가 숨 쉬는 이 땅 아래를 흐르는 이야기이다. 유관순이 높인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형태만 바꾸어 지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뿐이다.

나는 큰일을 할 자신이 없다. 다만 오늘 배운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잘못된 일 앞에서 입을 다물지 않는 작은 용기를 배우고 싶다. 그것이 내가 그날의 함성에 답하는 방식일 것이다.

밤늦게 노트를 펼치고 다시 적어 보았다. 유관순의 그날을 생각한다는 것은 지난날을 추억하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비추어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