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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 뜰에는 오래된 다실이 있다. 문을 열면 은은한 차 냄새가 먼저 반긴다. 주전자에서 보글보글 물이 끓고 김이 창문 쪽으로 피어오른다.
찻잎을 넣으니 푸른빛이 물결처럼 퍼져 나간다. 잔을 들면 손바닥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창밖으로 소나무가 흔들리고 그 사이로 햇살이 길게 늘어선다.
한 모금 마시자 입안에 싱그러운 풀 향이 가득 찬다. 눈 감으면 숲길이 펼쳐진다. 이슬 맺힌 나뭇잎, 부드러운 흙냄새, 멀리 새들의 지저귐까지. 자연이 차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요즘 시험 준비로 마음이 분주했는데 이 짧은 시간이 나를 가만히 붙잡아 준다. 자연은 꼭 산속에만 있는 게 아니구나. 작은 찻잔 속에도 바람과 계절이 살아 숨 쉰다.
차가 조금 식어갈 무렵 나는 잔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른다. 세상은 바쁘게 흘러가도 차 한 잔의 고요함은 언제나 내 곁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