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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밤 몰래 뒤산에 올랐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봉수대에 가 보고 싶었다. 달빛만 믿고 천천히 걸었다.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내 그림자만 따라왔다. 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돌로 쌓인 봉수대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할머니 이야기가 떠올랐다. 급한 일이 있으면 불을 피워 먼 산까지 알렸다고 했다. 산들이 불빛으로 이야기하던 때였다.
마른 나뭇가지를 모았다. 손이 떨렸다.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불꽃이 얼굴을 비췄다. 따뜻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것이 모험일까. 나는 원래 말수 적은 아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서지 않는다. 책 읽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 밤에 홀로 불을 피우고 있다. 다른 산에 내 마음을 보내고 싶은 기분이다.
불길이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옛사람들도 이런 밤 긴장하며 불을 지켰을 것이다. 그들의 숨결과 내 숨결이 겹치는 느낌이었다.
불을 끄고 재를 덮었다. 내려오는 길이 어두워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불 속에 누우니 손에 연기 냄새가 남은 듯하다. 이 비밀은 나만 간직하련다. 조용한 나만의 작은 모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