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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은 청빈을 자랑처럼 여겼다지. 방에 책과 붓 정도만 두고 바람 소리 들으며 살았다는데, 지금 보면 그게 완전 환경 지킴이 아니냐. 물건이 적으니 버리는 것도 적고, 만드는 자원도 덜 쓰니 지구가 편했을 거다.
내 방은 어떤가. 옷더미에 과자 봉지, 충전 코드가 엉켜서 발 디딜 틈이 없다. 엄마가 치우라 하면 나는 늘 내일 할게 타령이다. 그러다 문득 선비처럼 비워볼까 싶었다. 필요 없는 걸 다 내보내면 방도 숨 쉬고 환경도 숨 쉴 테니까.
그런데 막상 버리려니 이게 웬걸, 작년에 산 후드티가 아직 새것 같고 고장 난 이어폰도 언젠가 고칠 것 같다. 결국 쓰레기봉투에 들어간 건 과자 봉지 세 개뿐. 선비님들 죄송합니다. 제 청빈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그래도 요즘 간소한 삶이 유행이라니 희망이 있다. 물건을 덜 사고 덜 버리면 산도 강도 조금은 편해질 거다. 선비가 수백 년 전에 이미 보여준 길인데, 우리만 늦게 따라가는 중이다. 내일은 하나만 정리해볼까. 아니, Cord가 아니라 전선이다. 장난이다. 진짜로 하나씩 비워보련다. 내 방이 선비 방 흉내라도 내면 지구도 살짝 웃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