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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친 오후, 창밖으로 젖은 흙냄새가 밀려온다. 그 냄새 속에 어린 시절 뛰어놀던 들판이 아른거린다. 맨발로 밟던 부드러운 흙,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던 따뜻함. 이제는 그 들판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초록은 조금씩 밀려난다. 가로수 잎사귀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힘없이 흔들린다. 나는 문득 우리가 남길 땅에 대해 생각한다. 후손들이 디딜 땅은 숨 쉴 수 있는 곳일까.
강물은 예전처럼 맑게 흐르지 못하고 별은 뿌연 하늘에 가려졌다. 땅은 말을 하지 않지만 상처 입은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다. 깊게 파인 구덩이와 말라비틀어진 나무 그루터기들이 그 증거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빼앗기만 했다. 돌려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환경을 지킨다는 말은 거창해도 결국 내일 누군가에게 살 만한 자리를 남기자는 뜻이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남기고 싶은 것은 화려한 건물이나 넓은 도로가 아니다. 바람이 노래하는 숲과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다닐 수 있는 푸른 언덕이다. 흙이 숨을 쉬고 물이 웃는 그런 땅.
귀를 기울이면 땅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제발 나를 기억해 달라고, 망가뜨리지 말아 달라고. 그 목소리에 대답하고 싶다. 알았다고, 우리가 지킬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