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닝 작품관
가마 앞에서 익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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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앞에서 익는 중

진로 고민이 흙처럼 뭉개지던 날의 웃픈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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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도예 체험이라길래 그냥 예쁜 컵 하나 만들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마 앞에 서니 세상 열기가 내 이마로 몰려와 한숨을 다 구워버릴 기세였다.

선생님이 흙을 반죽하며 진로 이야기를 꺼내셨다. 사람도 그릇처럼 한번은 불을 통과해야 단단해진다고. 순간 내가 지금 반죽인지 초벌인지 헷갈렸다. 엄마는 의사를 원하시고 아빠는 공무원을 말씀하시는데 나는 아직도 형태가 없다. 혹시 가마 문이 열리면 나 대신 이상한 연기가 나가는 건 아닐까 싶어 웃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네 손재주면 깨진 접시밖에 안 나온다고 놀렸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 뜨거운 앞에서 내 진로가 조금은 덜 무르고 덜 흐물거리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돌아갈 때 실패한 조그만 그릇을 몰래 챙겼다. 금 간 자리도 나름 맵시 있다고 우기면서. 내일도 또 반죽을 만지작거릴 생각이다. 언젠가 제대로 구워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