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진로 고민이 깊어지던 날이었다.
뭘 해야 할지 도무지 몰랐다.
나만 혼자 헤매는 것 같았다.
그러다 진로 과제를 받았다.
내 장래 희망을 자세히 정리해 오라는 거였다.
솔직히 귀찮았다.
하기 너무 싫었다.
며칠을 미루고 또 미뤘다.
그날 저녁이 되자 결심했다.
오늘은 반드시 끝내리라.
책상 앞에 앉았다.
책을 여러 권 펼쳤다.
그러다 요리를 하는 일을 골랐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끌렸다.
재료를 다루고 새로운 맛을 내는 게 멋져 보였다.
종일 책상에 붙잡아 놓고 썼다.
손이 점점 아팠다.
머리도 지끈거렸다.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창밖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하지만 다시 펜을 들었다.
한 줄씩 천천히 채워 나갔다.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쳤다.
밤이 깊어서야 겨우 끝냈다.
완성된 종이를 내려다봤다.
가슴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내 생애 처음으로 뭔가를 끝까지 해냈다.
진로가 아직 확실하진 않다.
그래도 분명히 한 걸음 옮긴 기분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걸 제대로 배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