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도서관 맨 끝 책장은 항상 그늘져 있었다. 나는 무릎을 굽혀 아래쪽 선반을 자세히 보았다. 나무결 사이로 먼지가 하얗게 끼어 있고 책등마다 지워진 글자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중 유난히 두꺼운 초록 표지 책이 손가락을 끌어당겼다.
표지는 따뜻한 감촉이었다. 마치 햇볕을 오래 받은 돌처럼. 펼치는 순간 얇은 종이가 바스락거리며 작은 바람이 일었다. 페이지마다 그려진 숲의 나뭇잎이 실제로 흔들렸다. 그림 속 이끼 낀 바위 뒤에 작고 둥근 문이 보였다.
문을 톡 건드렸더니 책 전체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주변 책들이 미세하게 떨리고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 알갱이가 공기 중에 멈춰 선 듯했다. 문틈으로 푸른 안개가 스며 나왔다. 나는 숨을 죽인 채 그 안개 너머를 계속 바라보았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