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닝 작품관
문갑 앞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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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 앞의 속삭임

사랑방 문갑 앞에서 자연과 마주한 고등학생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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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오늘 나는 사랑방 문갑 앞에 앉아 나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이 나무 결을 가만히 만져 봐. 오래된 선비가 붓을 꺼내던 그 손길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만 같지 않니.

서랍을 조심스레 열자 희미한 바람이 인다. 그 냄새 속에 산골 숲의 흙내음과 솔잎 향이 섞여 있는 듯하다. 자연이 이 작은 문갑 안으로 들어와 오래도록 머무르고 있구나. 도시의 빠르고 거친 공기 속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고요함이 방 가득 퍼진다.

창살을 지나온 햇살이 문갑 위를 천천히 쓸고 간다.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무늬를 보며 나는 시냇물이 돌 위를 흘러가는 모습을 떠올린다. 자연은 반드시 먼 산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야. 이렇게 사랑방의 낡은 가구 위에도, 내가 지금 숨 쉬는 바로 이 순간에도 충분히 살아 움직여. 선비 역시 이 문갑 앞에서 사계절이 오가는 소리를 들었을 거야. 봄날의 매화향과 가을 단풍의 깊이를 마음에 새기며 글을 썼겠지.

나는 문갑에 이마를 가볍게 대고 눈을 감는다. 나뭇잎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선명히 들리는 것만 같다. 자연은 원래 내 곁에 이렇게 가까이 있었어. 단지 내가 너무 급하게만 살아와서 그 숨결을 놓치고 있었을 뿐이야. 이제야 천천히 알게 된 기분이 든다. 이 온기를 고이 가슴에 접어 넣는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오늘처럼 나직이 속삭여 주어야지. 자연이 언제나 나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