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닝 작품관
빈 학교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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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학교의 울림

야자 끝난 밤 국악 동아리가 음악실에서 피워 올린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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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야자가 끝났다. 복도의 불빛이 하나둘 사그라들고 학교는 갑자기 커다란 고요 속으로 가라앉았다.

우리는 발소리를 죽이며 음악실 문을 열었다. 국악 동아리 아이들 다섯. 형광등 대신 휴대전화 불빛만으로 가야금을 끌어안고 앉았다.

줄이 차갑다. 낮 동안 누구도 건드리지 않은 공기가 손가락 끝에 맴돈다. 첫 소리가 나자 창문이 미세하게 울렸다. 해금의 활이 어둠을 천천히 그어 내리고 장구 가죽이 심장처럼 고동쳤다.

운동장 가로등이 멀리서 노란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 빛 아래 우리가 낮에 뛰어놀던 자리가 아득하게 보였다. 학교는 낮에는 시험지와 종소리로 가득 차지만 밤이 되면 오래된 나무처럼 숨을 고른다. 계단참의 그늘, 칠판의 분필 가루, 창틀에 쌓인 먼지가 모두 우리 가락을 듣고 있는 듯했다.

선율이 복도를 따라 흘러가 빈 교실마다 스며들 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 건물 안에도 오래전 누군가 남긴 노래가 남아 있을지 모른다고. 우리의 소리가 그 숨은 목소리와 잠시 겹쳐 하나의 숨결이 된다고.

연주가 끝날 무렵 달빛이 마루 바닥에 가늘게 떨어졌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같은 책상 앞에 앉아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외우겠지만 지금 이 울림만큼은 학교의 진짜 심장 같았으니까. 국악실 문이 닫히는 소리마저 부드럽게 여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