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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다시 펼친 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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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다시 펼친 논어

인공지능 시대에 옛 지혜를 꺼내 든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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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오늘 밤 나는 책장 깊숙이 꽂혀 있던 논어를 다시 꺼내 들었다. 화면 속에서 인공지능이 모든 물음에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 시대인데, 왜 하필 종이 냄새 가득한 이 낡은 책을 펼쳤는지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본다.

한 줄 한 줄 손가락으로 따라 읽다 보면 숨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인공지능이 대신 배우고 정리해 주는 지금, 그 기쁨은 어디에 남아 있을까. 나는 나에게 속삭인다. 네가 믿는 그 생각이 정말 네 안에서 오래 자란 것인지, 아니면 어디선가 빌려 온 문장인지.

검색창을 두드리기 전에 잠깐 멈추어 보라. 논어는 답을 쥐여 주기보다 질문을 길게 남긴다.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 하였다. 편리함 속으로 성큼 들어간 나는 지금 어느 쪽을 향해 기울고 있는 걸까. 이 물음 앞에서 자꾸 고개가 숙여진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서당에서 외웠다던 구절들이 겹쳐 떠오른다. 그때는 인공지능도 없었고 빠른 기계도 없었지만, 사람의 마음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인을 행하고 예를 지키는 일. 기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따뜻함이 그 짧은 문장들 사이에 깃들어 있다.

창밖으로 밤 불빛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나는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며 되뇌인다. 빨리 흘러가는 세상에서 느리게 읽는 이 시간이 나를 지켜 주기를. 인공지능이 일상을 바꾸어도 사람이 사람으로 남을 이유를, 이 낡은 책장 사이에서 오늘도 찾고 싶다. 이 마음 하나만으로 밤은 이미 충분하다.